박주가리(Metaplexis japonica)는 우리나라 산야와 들판, 울타리, 밭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굴성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박주가리 열매는 그 생김새와 기능, 그리고 퍼지는 방식까지 매우 독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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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가리 열매의 특징
가을이 되면 박주가리는 길쭉하고 오돌토돌한 박 모양의 열매를 맺습니다. 박주가리 열매는 표면에 작은 돌기가 있어 손으로 만지면 까슬까슬한 촉감이 느껴집니다.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마치 배(船)처럼 두 쪽으로 자연스럽게 갈라지는데, 이때 안쪽에는 하얀 면사같은 털에 싸인 씨앗이 빼곡하게 들어 있습니다
박주가리 열매 속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열매가 벌어지면 솜털이 달린 씨앗이 바람에 실려 수십~수백 미터, 때로는 더 멀리까지 날아가 새로운 땅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런 구조는 민들레와 비슷하지만, 박주가리 열매는 훨씬 크고, 씨앗이 방출되는 시점이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씨앗이 모두 날아가고 남은 박주가리 열매 껍질은 표주박을 반으로 쪼갠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이 껍질을 바가지나 작은 그릇, 도장밥, 바늘쌈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활용했습니다.

익기 전의 어린 박주가리 열매는 아삭하고 들큼한 맛이 있어, 예전에는 간장에 조려 반찬으로 먹거나, 속을 쪄서 쌈재료로 쓰기도 했습니다. 단, 충분히 익지 않은 열매와 씨앗에는 독성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조리 후 섭취해야 하며,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합니다.
🍃 박주가리 잎의 모양, 구별법, 그리고 식용 활용
박주가리의 잎은 하트 모양에 가까운 심장형으로, 잎자루가 길고 한 마디에 두 잎이 마주나며, 표면은 부드럽고 연한 녹색을 띱니다. 잎맥이 뚜렷하고, 잎줄기 부분이 밋밋한 하트 형태인 것이 특징입니다.
비슷하게 생긴 백수오(백하수오)는 잎줄기 부분이 마름모꼴이므로, 두 식물을 혼동하지 않으려면 잎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주가리 잎은 예로부터 나물로도 활용되어 왔습니다. 봄철 연한 잎과 순을 수증기에 쪄서 쌈을 싸 먹거나, 데쳐서 무침으로 먹으면 달콤한 맛이 납니다. 단, 줄기나 잎을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데, 이 유액에는 독성분이 있어 반드시 쪄서 먹어야 하며, 날로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잎에는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강장, 해독, 강정, 소염용 약초로도 쓰였습니다. 실제로 박주가리 잎을 으깨서 피부에 붙이면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민간요법도 전해집니다.
단,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유액에 접촉했을 때 가려움, 발진 등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박주가리의 생태적 특징 – 덩굴, 꽃, 번식의 비밀
박주가리는 줄기가 길게 뻗어 다른 식물이나 울타리, 전봇대 등을 시계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며 자랍니다. 덩굴손이나 가시 같은 특별한 구조 없이도 주변을 감아 올라가는 능력이 탁월해, 때로는 한 자리에서 수 미터까지 번지며 큰 무리를 이루기도 합니다.
꽃은 6~8월에 피며, 흰색 바탕에 연분홍빛이 살짝 감도는 작은 꽃이 여러 송이씩 뭉쳐 핍니다. 꽃은 마치 미니어처 박꽃을 연상케 하며, 가까이서 맡으면 은은한 향기가 납니다. 박주가리는 한 그루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는 양성화와, 수꽃만 피는 꽃이 함께 존재하는 독특한 생식 구조를 가집니다.
이런 구조는 꽃가루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씨앗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적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번식은 씨앗뿐 아니라 땅속줄기(근경)로도 이뤄집니다. 박주가리의 뿌리는 길게 뻗어 한 장소에 오래 정착하며, 주변에 새로운 싹을 내어 큰 군락을 형성합니다.
이 덕분에 밭을 자주 갈지 않는 과수원, 밭둑, 산비탈 등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살아갑니다.
줄기를 자르면 끈적한 흰 유액이 나오는데, 이 유액에는 알칼로이드 등 독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생태적 특징 덕분에 박주가리는 척박한 환경, 바람이 센 언덕,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에서 넓게 퍼질 수 있습니다.
🧬 박주가리의 효능 – 전통 약용과 현대적 연구
박주가리는 예로부터 전초(全草), 뿌리, 열매, 잎 모두가 약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전초 또는 뿌리는 ‘나마’, 과실은 ‘나마자’, 껍질은 ‘천장각’이라 하며, 강장, 강정, 해독, 소염, 해열, 진통 등에 쓰였습니다.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박주가리에는 플라보노이드, 페놀성 화합물, 사포닌, 알칼로이드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항산화, 항염증, 해독, 해열, 신경안정,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증진 등 다양한 건강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성분입니다.
- 해열 작용: 박주가리 꽃차는 체온을 낮추고, 염증성 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항산화·항염증: 플라보노이드와 페놀성 화합물은 자유 라디칼을 제거하고, 세포 손상을 막아 노화 방지와 면역력 강화에 기여합니다.
- 해독 효과: 전초나 뿌리 추출물은 간 기능 개선, 독소 배출, 염증 완화에 쓰여 왔습니다.
- 신경 안정: 일부 연구에서는 박주가리 꽃차가 스트레스, 불안, 긴장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박주가리 열매는 정력 보강, 강장, 강정 효과가 있다고 여겨져, 남성 건강 증진을 위한 약재로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잎과 줄기를 우려 차로 마시거나, 외용으로 피부 염증, 상처, 잇몸 질환 등에 활용하는 민간요법도 전해집니다.
단, 박주가리의 유액과 일부 부위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적정량을 지키고, 조리 후 섭취해야 하며, 임산부·어린이·만성질환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박주가리의 주의점과 인간과의 관계
박주가리는 식용, 약용,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오랜 시간 교류해온 식물이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약용이나 식용으로 쓸 땐 반드시 올바른 조리법과 적정량을 지키고, 알레르기·독성 반응에 주의해야 합니다.
- 독성: 줄기나 잎을 자르면 나오는 하얀 유액에는 알칼로이드 등 독성분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 발진,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과다 섭취 시 복통, 구토,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반드시 조리 후 적정량만 섭취해야 합니다. - 알레르기: 일부 사람에게는 꽃가루, 유액, 잎 등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처음 접하는 경우 소량만 사용해 테스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환경 영향: 박주가리는 강한 번식력으로 주변 식물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으니, 정원이나 밭에서 재배할 때는 번식 범위를 조절해야 합니다.
- 생활 활용: 열매의 껍질, 씨앗의 솜털은 전통적으로 겨울 보온재, 솜, 도장밥, 바늘쌈지 등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씨앗이 바람에 날리는 풍경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교육적·예술적 가치도 높습니다.
참고 링크
- https://species.nibr.go.kr/endangeredspecies/rehome/redlist/redlist_view.jsp?link_gbn=ex_search&rlcls_sno=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