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고구마 순을 사서 심다 보면 한 번쯤은 직접 길러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고구마 품종을 그대로 이어서 키울 수 있고, 순 값도 아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겨울 끝자락에 거실 창가에서 연둣빛 싹이 올라오는 걸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해요. 고구마 싹 틔우기는 온도만 잘 맞춰 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씨고구마 고르기부터 흙에 묻는 방법, 물에 담가 키우는 방법, 순 자르는 시기까지 하나씩 정리해 볼게요.
🍠 좋은 씨고구마 고르기
고구마 싹 틔우기의 성공은 씨고구마에서 절반이 결정돼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이 이미 상해 있거나, 저장 중 추위를 맞은 고구마는 싹을 틔우기 전에 썩어 버리기 쉬워요. 지난 가을에 수확해서 서늘하고 따뜻한 곳에 잘 보관한 고구마를 고르는 게 가장 좋아요.
- 한 손에 쥐기 좋은 200~300g 정도의 중간 크기
- 표면에 상처, 검은 반점, 물러진 곳이 없는 것
-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고 묵직한 것
- 시장에서 산다면 냉장 보관되지 않은 것
고구마는 13℃ 아래에서 오래 두면 냉해를 입어 속이 상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냉장고에 보관했던 고구마는 씨고구마로 쓰기 어려워요. 또 마트 고구마 중에는 싹이 나지 않도록 처리된 경우도 있으니, 가능하면 직접 수확한 고구마나 종묘상에서 파는 씨고구마를 쓰는 게 확실해요. 고른 씨고구마는 겉의 흙만 가볍게 털고 물로 씻지 않은 채 준비해 두세요.
🌡️ 싹이 잘 트는 온도와 환경
고구마는 열대 지방 출신이라 싹을 틔우는 데 따뜻한 온도가 꼭 필요해요. 처음 싹이 움트기까지는 25~30℃ 정도가 가장 좋고, 싹이 올라온 뒤에는 20~25℃ 정도로 조금 낮춰 줘야 순이 웃자라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요. 3월의 실내는 낮에는 괜찮아도 밤에 온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온에 신경 써야 해요.
집에서 가장 손쉽게 쓰는 방법은 스티로폼 상자를 활용하는 거예요. 스티로폼은 보온성이 좋아서 밤사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걸 막아 줘요. 상자 위에 투명 비닐을 덮어 두면 작은 온실 역할을 하고, 너무 덥거나 습기가 차면 비닐을 살짝 열어 환기해 주면 돼요. 바닥 난방이 되는 거실 한쪽이나 보일러실 근처처럼 따뜻한 곳에 두면 싹이 훨씬 빨리 나와요. 다만 직접 뜨거운 바닥에 닿게 두면 고구마가 익거나 상할 수 있으니, 받침을 하나 깔아 주세요. 싹이 올라온 뒤에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옮겨야 순이 진한 초록색으로 단단해져요.
🪴 흙에 묻어 싹 틔우기
흙에 묻는 방법은 농가에서 쓰는 방식과 가장 비슷해서 튼튼한 순을 많이 얻을 수 있어요.
- 스티로폼 상자 바닥에 물 빠짐 구멍을 몇 개 뚫어요.
- 상토를 10cm 정도 깔고 미리 촉촉하게 적셔 둬요.
- 고구마를 머리 쪽(줄기가 붙어 있던 쪽)이 위로 오도록 비스듬히 눕혀요.
- 고구마끼리 살짝 떨어지게 놓고, 흙을 2~3cm 정도만 덮어요.
- 흙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가끔 분무하거나 물을 줘요.
보통 2~3주 정도 지나면 흙 위로 자주색이나 연두색 싹이 올라와요. 고구마의 방향을 헷갈리기 쉬운데, 한쪽 끝이 뭉툭하고 다른 쪽이 가늘다면 대개 뭉툭한 쪽이 머리예요. 거꾸로 묻어도 싹은 나지만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물은 흙이 촉촉한 정도면 충분하고, 너무 많이 주면 고구마가 썩을 수 있으니 조심해 주세요. 싹이 너무 빽빽하게 나오면 약한 싹 몇 개를 정리해 주세요.
💧 물에 담가 싹 틔우기
흙을 다루기 번거롭다면 물에 담가 키우는 수경 방식도 있어요. 투명한 컵이나 병에 고구마를 아래쪽 1/3 정도만 잠기게 세우고, 이쑤시개를 고구마 옆구리에 몇 개 꽂아 컵 입구에 걸쳐 두면 돼요. 뿌리가 자라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관찰 활동으로도 인기가 많아요.
수경 방식에서는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해요. 물은 2~3일에 한 번씩 갈아 주어야 고구마가 썩지 않아요. 물이 뿌옇게 변하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갈아 주고, 고구마 표면이 미끈거린다면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주세요. 다만 수경으로 기른 순은 흙에서 기른 순보다 조금 연약한 편이라, 밭에 옮겨 심기 전에 며칠 동안 바깥 공기와 햇빛에 적응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활착률이 높아져요. 고구마 싹 틔우기를 처음 해 본다면 수경 방식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아요.
✂️ 순 자르기와 옮겨 심기 준비
싹이 자라 25~30cm 정도 되고 잎이 7~8장 달리면 순을 자를 때예요. 고구마 싹 틔우기의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죠. 아래 순서대로 준비해 보세요.
- 순은 씨고구마에서 2~3cm 정도 위, 마디 위쪽을 깨끗한 가위로 잘라요.
- 잘라 낸 순은 그늘에서 하루 정도 두어 살짝 시들게 해요.
- 밑동을 물에 꽂아 두면 하얀 뿌리가 조금씩 나오는데, 이 상태로 심어도 좋아요.
- 심기 일주일 전부터 낮 동안 바깥에 내놓아 햇빛과 바람에 익숙하게 해요.
- 남은 씨고구마는 그대로 두면 7~10일 뒤 새 순이 다시 올라와요.
씨고구마 하나에서 보통 10개 안팎의 순을 얻을 수 있어서, 몇 개만 준비해도 텃밭 한 이랑은 충분히 채울 수 있어요. 올봄에는 직접 기른 순으로 고구마 농사를 시작해 보세요. 순을 자르고 남은 씨고구마는 여러 번 순을 내 주다가 기운이 다하면 쪼글쪼글해지는데, 그때 정리하면 돼요. 자른 순을 밭에 심을 때까지 시간이 남는다면 젖은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곳에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