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타를 몇 해 키우다 보면 처음엔 작던 포기가 어느새 화단을 가득 채울 만큼 커져 있어요. 이웃에게 나눠 주고 싶기도 하고, 마당 다른 구석에도 심고 싶어지죠.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포기나누기예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기와 몇 가지 요령만 알면 처음이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 시기부터 다시 심는 법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볼게요.
🗓️ 꼭 해야 할까? 그리고 언제가 좋을까
먼저 알아두면 좋은 건, 호스타는 포기를 나누지 않아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식물이라는 점이에요. 오히려 한 자리에서 충분히 자라야 잎이 크고 무늬도 또렷해져요. 그러니 포기나누기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기보다, 필요할 때 골라서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나눠 주면 좋은 신호는 몇 가지가 있어요. 포기 한가운데가 비고 가장자리에만 잎이 나거나, 주변 식물을 덮을 만큼 너무 커졌거나, 잎이 해마다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면 나눌 때가 된 거예요. 보통 심은 뒤 네다섯 해쯤 지나면 포기가 나눌 만한 크기가 돼요.
가장 좋은 시기는 이른 봄이에요. 땅에서 뾰족한 새순이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 올라왔을 때가 딱 좋아요. 이때는 잎이 아직 펼쳐지지 않아서 다루기 쉽고, 새순을 보면서 어디를 자를지 한눈에 알 수 있거든요. 또 봄부터 한 해 내내 뿌리를 내릴 시간이 있어서 가장 안전해요.
두 번째 시기는 더위가 꺾인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예요. 땅이 얼기 최소 한 달 반쯤 전에는 마무리해야 뿌리가 새 자리에 자리 잡고 겨울을 날 수 있어요. 이 시기에 나눌 때는 큰 잎을 절반쯤 잘라 주면 수분이 덜 빠져나가서 몸살을 덜 앓아요.
피해야 할 때는 한여름이에요. 잎이 가장 크고 더위가 심한 시기라, 뿌리가 잘려나간 포기가 잎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을 따라가지 못해서 크게 지칠 수 있어요. 장마철처럼 흙이 오래 젖어 있는 시기도 잘린 뿌리가 무르기 쉬우니 피하는 게 좋아요.
🧰 준비물과 포기 캐내기
작업 자체는 간단하지만 미리 도구를 챙겨 두면 훨씬 수월해요. 특히 날이 잘 선 도구가 중요한데, 뿌리를 깔끔하게 잘라야 상처가 빨리 아물고 병이 들 틈이 줄어들거든요.
- 날이 날카로운 삽이나 모종삽, 큰 포기라면 톱날이 있는 원예용 칼
- 도구를 소독할 알코올이나 묽게 탄 락스
- 뿌리를 씻어 낼 물과 작업용 방수포
- 새로 심을 자리에 섞어 줄 잘 숙성된 퇴비
도구 소독은 눈에 잘 안 띄지만 꼭 챙겨야 할 부분이에요. 호스타에는 수액을 통해 퍼지는 바이러스가 있어서, 한 포기를 자른 도구로 다른 포기를 자르면 병을 옮길 수 있거든요. 포기가 바뀔 때마다 날을 닦아 주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캐낼 때는 포기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곳에 삽을 수직으로 꽂고 빙 둘러가며 땅을 끊어 주세요. 그다음 삽을 비스듬히 넣어 덩어리째 들어 올리면 돼요. 오래된 포기는 생각보다 무거울 수 있으니 무리하게 한 번에 들기보다 조금씩 흔들어 가며 올리세요.
캐낸 포기는 흙을 가볍게 털어내거나 물로 씻어 주세요. 뿌리와 눈이 또렷하게 보여야 어디를 나눌지 정하기 쉽고, 상한 뿌리나 물러진 부분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요. 흙을 씻어 낼 때는 센 물줄기보다 양동이에 담가 살살 흔드는 편이 가는 뿌리를 덜 다치게 해요.
✂️ 실패 없이 나누는 요령
나눌 때 기준이 되는 건 ‘눈’이에요. 눈은 한 다발의 잎이 올라오는 생장점으로, 봄이라면 뾰족한 새순 하나하나가 각각 눈이라고 보면 돼요. 한 조각에 눈이 최소 두세 개는 붙어 있게 나눠야 새 자리에서도 빨리 포기 모양을 갖춰요.
눈이 하나만 달린 작은 조각도 살기는 하지만, 다시 제법 풍성한 포기로 자라기까지 오래 걸려요. 그래서 정원에 바로 심을 거라면 조금 크게, 화분에서 키워 늘릴 거라면 작게 나누는 식으로 목적에 따라 크기를 정해 주세요.
포기가 비교적 느슨하게 뭉쳐 있다면 손으로 살살 벌리며 눈 사이를 떼어 낼 수도 있어요. 반대로 뿌리가 빽빽하게 얽힌 큰 포기는 칼이나 삽으로 위에서 아래로 단번에 잘라 주는 게 오히려 상처가 적어요. 피자를 자르듯 반으로, 다시 반으로 나눠 가면 돼요.
자른 뒤에는 갈색으로 물러진 뿌리나 썩은 부분을 정리해 주세요. 하얗고 단단한 뿌리만 남기면 돼요. 잘린 면이 너무 넓다면 반나절쯤 그늘에 두어 살짝 말린 뒤 심으면 무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돼요.
참고로 품종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다는 점도 알아두세요. 잎이 두껍고 큰 청록 품종 중에는 성장이 느린 편이라 나눠 주면 회복에 몇 해가 걸리는 것도 있어요. 이런 품종은 정말 필요할 때만 나누는 게 좋아요. 반대로 작은 잎 품종이나 초록 잎 품종은 대체로 회복이 빨라서 처음 포기나누기를 연습하기에도 좋아요.
🌱 다시 심고 돌보는 법
나눈 포기는 가능하면 바로 심어 주는 게 좋아요. 뿌리가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금방 말라서 활착이 더딜 수 있거든요. 바로 심기 어렵다면 젖은 신문지나 천으로 뿌리를 감싸 그늘에 두었다가 하루 이틀 안에 심어 주세요.
새 자리는 포기보다 넓게 파고 퇴비를 넉넉히 섞어 주세요. 심는 깊이는 원래 자라던 높이와 같게, 눈이 흙 표면에서 너무 깊이 묻히지 않도록 맞춰 주는 게 중요해요. 심은 뒤에는 흙을 손으로 지그시 눌러 뿌리 사이의 빈틈을 없애 주세요.
그다음에는 물을 흠뻑 주세요. 이후 두세 주 동안은 흙이 마르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뿌리가 자리 잡는 동안에는 물을 빨아들이는 힘이 약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챙겨 줘야 해요.
비료는 바로 주지 않는 게 좋아요. 상처 난 뿌리에 비료 성분이 닿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거든요. 새잎이 나오기 시작하며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가 보일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나눈 해에는 잎이 조금 작게 나오거나 수가 적을 수 있어요.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한두 해만 지나면 나눈 포기들이 각자 제법 풍성한 모습을 되찾고, 정원 여기저기에서 똑같은 잎을 즐길 수 있게 돼요. 나눈 포기를 화분에 심어 이웃에게 건넬 때는 물 주는 법과 그늘 자리 이야기를 함께 전해 주면 훨씬 잘 자라요.
포기나누기는 호스타를 늘리는 가장 확실하고 알뜰한 방법이에요. 새순이 올라오는 봄날, 잘 선 삽 하나와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충분해요. 올해 나눈 한 조각이 몇 해 뒤 또 다른 큰 포기가 되어, 다시 누군가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선물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