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늘 정원에서 넓은 잎 사이로 길쭉한 꽃대가 쑥 올라오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호스타는 잎으로 유명하지만, 꽃에도 꽤 매력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꽃말은 무엇인지, 이름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비비추나 옥잠화와는 어떤 사이인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 호스타 꽃말,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호스타 집안의 꽃말로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비비추의 꽃말이에요. 흔히 ‘좋은 소식’, 그리고 ‘신비로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소개되곤 해요. 여름 숲 그늘에서 조용히 꽃대를 올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왜 이런 꽃말이 붙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죠.
‘좋은 소식’이라는 의미 덕분에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자리에서 선물하기에도 잘 어울려요. 이사한 집 마당이나 새로 꾸미는 화단에 호스타 한 포기를 건네면,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돋아나는 모습이 꾸준한 응원처럼 느껴질 거예요.
‘신비로운 사람’이라는 꽃말은 호스타의 성격과도 닮았어요. 화려한 꽃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그늘 속에서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가을이면 땅속으로 모습을 감췄다가 봄에 다시 나타나거든요. 보일 듯 말 듯한 매력이 있는 식물이에요.
이름에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호스타라는 학명은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우스 토마스 호스트의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한때는 독일 식물학자의 이름을 딴 ‘풍키아’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지금도 오래된 원예 책에서는 이 이름을 종종 만날 수 있어요.
우리말 이름 비비추에도 유래가 전해져요. 봄에 올라오는 어린잎이 돌돌 비비 꼬인 모양이고, 취나물처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비비’와 ‘추’가 합쳐졌다는 이야기예요. 이름 하나에도 새순의 모습과 먹거리로서의 쓰임이 함께 담겨 있는 셈이죠. 이렇게 꽃말과 이름을 알고 나면 정원에서 호스타를 마주칠 때마다 조금 더 정이 가요.
🔔 호스타 꽃은 언제, 어떻게 필까
호스타 꽃은 대개 초여름에서 한여름 사이, 품종에 따라 6월부터 8월 무렵에 피어요. 잎 사이에서 잎이 없는 긴 꽃대가 곧게 솟아오르고, 그 끝부분에 종이나 깔때기 모양의 꽃이 줄지어 달려요. 꽃대 길이는 품종에 따라 한 뼘 남짓한 것부터 1미터에 가까운 것까지 다양해요.
꽃 색은 연보라와 흰색이 가장 흔해요. 연보라 꽃에는 진한 보라색 줄무늬가 은은하게 들어가기도 하고, 흰 꽃은 그늘 속에서 유난히 환하게 빛나 보여요. 꽃 하나하나는 하루 이틀 만에 지지만, 꽃대 아래쪽부터 위쪽으로 차례차례 피어 올라가서 한 꽃대가 몇 주 동안 꽃을 이어가요.
비비추처럼 꽃이 꽃대 한쪽으로 쏠려 피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에요. 그래서 옆에서 보면 꽃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고개를 숙인 듯한 모습이 돼요. 꽃대가 길게 뻗는 품종은 비바람에 쉽게 기울 수 있으니, 바람이 센 자리라면 꽃대 옆에 가는 지지대를 하나 세워 주면 깔끔해요.
꽃이 피면 벌들이 부지런히 찾아와요. 그늘 정원은 꽃이 귀한 공간이라 호스타 꽃은 여름 곤충들에게 반가운 먹이터가 돼요. 꽃이 진 뒤에는 꽃대를 밑동에서 잘라 정리해도 되고, 씨앗을 받고 싶다면 꼬투리가 여물 때까지 두어도 괜찮아요. 다만 씨앗으로 키운 포기는 어미와 다른 잎 색이나 무늬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품종을 늘리고 싶다면 포기나누기가 더 확실해요.
🌿 비비추, 옥잠화, 호스타는 무엇이 다를까
세 이름을 두고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모두 같은 호스타 집안이에요. 호스타는 이 무리 전체를 부르는 이름이고, 비비추와 옥잠화는 그 안에 속한 대표적인 종이에요. 정원에서 ‘호스타’라고 부를 때는 주로 잎 색과 무늬가 다양한 원예 품종들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요.
- 비비추: 우리 산과 강가에서 자라던 식물로, 잎이 길쭉하고 진한 초록이며 여름에 연보라색 꽃을 피워요.
- 옥잠화: 중국이 고향인 종으로, 둥글고 밝은 연두색 잎에 순백색의 길쭉한 꽃을 피워요.
- 원예 호스타: 여러 종을 교배해 만든 품종들로, 청록, 금빛, 흰 무늬 등 잎의 개성이 뚜렷해요.
옥잠화는 특히 꽃이 독특해요. 길게 뻗은 하얀 꽃봉오리가 옥으로 만든 비녀를 닮았다고 해서 옥잠화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해 질 무렵 꽃을 피웠다가 다음 날 아침이면 오므라드는 성질이 있고, 향기가 무척 좋아서 여름밤 정원을 은은하게 채워 줘요.
그래서 낮에만 정원을 둘러보면 옥잠화 꽃이 늘 시든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저녁 산책길에 들여다보면 활짝 핀 꽃과 향기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답니다. 다른 호스타보다 햇빛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세요.
한편 원예 호스타 가운데에는 옥잠화의 향기를 물려받은 품종도 있어요. 이런 품종은 대체로 꽃이 희고 크며, 여름 저녁 창가나 현관 가까이에 두면 은은한 향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어요.
🍃 나물부터 정원 짝꿍까지, 호스타의 쓰임
비비추는 예로부터 봄나물로도 사랑받아 왔어요. 봄부터 초여름 사이 돌돌 말린 어린잎을 따서 살짝 데쳐 무쳐 먹거나 쌈 채소로 쓰는데, 쓴맛이 거의 없고 부드러운 편이에요. 다만 정원에서 키우는 원예 품종은 먹는 용도로 기른 게 아니니, 나물로 먹을 땐 식용으로 확인된 것만 쓰는 게 좋아요.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조금 주의가 필요해요. 호스타 잎에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서 고양이나 강아지가 많이 먹으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어요. 사람이 나물로 먹는 것과는 별개로, 반려동물이 잎을 씹지 않도록 살펴 주세요.
정원에서는 다른 그늘 식물과 함께 심었을 때 매력이 더 살아나요. 깃털 같은 꽃을 피우는 아스틸베, 섬세한 잎의 양치식물, 잎 색이 다채로운 휴케라, 가늘고 부드러운 그라스류와 섞어 심으면 넓은 호스타 잎과 질감 대비가 생겨서 훨씬 풍성해 보여요.
호스타는 가을에 잎이 지면 겨울과 초봄 동안 땅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그래서 이른 봄에 피는 구근 식물을 사이사이에 심어 두면, 호스타가 잠든 동안에는 구근 꽃이 자리를 채우고, 구근 잎이 시들 무렵엔 호스타 잎이 그 자리를 덮어 줘요. 서로 피고 지는 시기가 엇갈려서 한 자리를 일 년 내내 알차게 쓸 수 있는 조합이에요.
잎만 보고 지나치기 쉬운 호스타지만, 꽃말과 이름,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여름 꽃대 하나도 다르게 보여요. 올여름엔 꽃대가 올라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저녁 무렵 그늘 정원에 잠시 머물러 보세요. 좋은 소식을 전하는 신비로운 꽃이 조용히 반겨 줄 거예요. 그늘 정원의 조용한 주인공이 왜 오래 사랑받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